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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호(柳寬浩)

YooGwanHo

미디어아트 판화 색체연구 컴퓨터 페인팅 음악(테너)

유관호 비평(Critic)

“최첨단 컴퓨터 「Paint Box H.D」와의 만남”


우리가 보고 있는 모든 “색채현상”은 결국 “빛의 현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색료의 혼합과 빛의 혼합은 밀접한 불가분의 관계이고 이 결과로 나타나는 느낌을 우리는 시각적 혼색(optical Synthesis)으로 받아들인다.
지금까지 다루워왔던 색료만의 혼합으로 된 의식 즉, 기존틀을 벗어나서 빛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개념은 정말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비디오 아트의 등장과 일반 영상매체를 통한 현란한 색광의 퍼레이드는 가히 표현의 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빛의 잔치는 한 순간이고 머릿속에는 지나간 잔상만 남게 된다. 이러한 기억되기 어려운 순간순간의 아쉬운 잔상들을 어떻게 화면에 재현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본인에게 제시해 준 것이 「Paint Box H.D」라고 선언 하고 싶다.


1990년 여름 우연한 기회에 일본 도요교의 「東洋美術學校」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본인의 오랜 일본인 친구인 그 학교 학교장겸 이사장, 中込三郞선생을 만나 컴퓨터 디자인실을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그 당시 이 시스템은 단순히 디자인을 위한, 또는 건축시뮬레이션 등, 인쇄매체 분야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이라는 것으로만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본인은 그래픽을 전공했고, 학교에서 이 분야를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일단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방문의 회수가 늘고 이 시스템을 통한 실험 작품들을 만들어 보면서 차츰 이 시스템의 성능에 놀라게 되었고, 머릿속은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어떤 시각적 이미지를 화면에 그리는 작업은 미리 해 보는 여러장의 드로잉으로 어느 정도 예측 할 수 있고, 머릿속에 그 분위기를 떠 올릴 수도 있는 것인데 이 시스템은 이러한 기존 틀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거의 무한대의 세계를 제시하고 있었고, 초스피트로 엄청난 양의 화면 이미지를 제시해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 일본은 이 시스템의 등장으로 다음과 같은 슬로건이 등장했다.

“Designing is changing, Japan is changing"이 슬로건은 이 시스템을 이용한「Super Designing I」이 일본내 저명한 그래픽 디자이너와 화가들에 의해 시도되었고 이 전시를 통해 이 시스템의 성능과 가치를 놀랍게 과시 할 수 있었다.

1991년 「Super Designing II」전이 개최 되었을 때 본인은 일본인들의 초청으로 해외 초대작가의 한 사람으로 이 전시에 참가 할 수 있었고, 물론 이 시스템을 이용한 작품을 현지에서 제작하여 출품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었다.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이 시스템이 단순히 그래픽 디자인이나, 건축시뮬레이션 등 어떤 상업적인 목적에만 쓰여질 수 있는 기계가 아니라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평소 작품을 제작 할 때 다분히 창조성을 살리기 위해 실험적인 시행착오도 거치게 마련이다. 이 시스템은 이러한 실험과정을 거치는데 무한대의 “Intermediate stage"를 초스피드로 제시해 줄 뿐만 아니라, 그 단계에서 더 발전된 단계로 이끌어 줄 수도 있다.

또한 무한대로 나타나는 색의 배색들은 머리를 어지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백준남은 ‘피카소 이후 색료를 가지고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시대는 이미 막을 내렸다.’라고 선언한 말이 떠 오르른다.

이 시스템은 한마디로 “Electronic tool”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이 시스템을 “마법의 지팡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단순한 하나의 표현도구로 생각해 본다면 이 도구는 캔버스와 팔레트가 함께 모니터 상에 나타나기 때문에 그림 그리는 개념과 동일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을 사실이다. 사실 국내에 이미 널리 알려진 “Macintosh"컴퓨터도 디자인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준의 생각과 느낌만 가지고 이 도구를 만지게 되면 누구나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본인을 지도해 주고, 작품을 제작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東洋美術學校” 제 1디자인 연구 실장인 杉山久志선생은 컴퓨터에 입문한지 10년이 넘는 이 분야의 대가이고 이 시스템을 만지기는 3년이 된 작가이다. 선생이 이 시스템을 처음 보았을 때의 인상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나는 무엇을 보아도 그다지 놀라지 않는 성격이고, 정신적인 쇼크라던가 하는 것을 받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시스템을 본 첫날의 “5분간”이 나의 인생의 최대 쇼크였다.”

이 「Paint Box H.D」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며, 어떤 구조로 된 것인가? 본인은 부끄럽게도 이 기계의 메카니즘에 대해 완전한 파악을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다만 이 기계는 영국의 “QUANTEL”사에서 20년 동안 기술 축적으로 만들어낸 시스템이라는 것과 시각표현을 위한 금세기 최첨단 컴퓨터라는 것, 이 시스템은 또한 여러 다른 기능의 시스템 즉, "Cypher XL"(Mothion Grapics), "The Harry Suite"-(creative editing with pictures and Sound), 등이 있다는 것 정도이다.

이 시스템에 처음 접근하게 되면 누구나 “컴퓨터 그래픽” 작품들을 연사하게 되고 그러한 시각에서 디지털(Digital)한 기계적인 느낌만을 표현하고, 너무 미세하고 복합적인 기능에 빠져들게 마련이다.

결국 작품은 기계로 만들었다는 틀을 못 벗어나고 틀에 얽매이게 된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초고속으로 이루어지는 신비스러운 복합적인 기능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기계의 느낌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따르게 된다.

본인은 1년 6개월 동안 매달 한번씩 어려운 시간을 만들어 현지를 방문하여 작업을 해 왔다. 처음 작품들은 전부 “일러스트레이션” 이미지로 그래픽적인 느낌을 못 벗어나고 있고, 그 당시는 이 기계에 대한 적응력에 한계를 가지게 되어 실망도 여러번 했다. 몇 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이 시스템은 단순히 하나의 새로운 표현도구라는 느낌으로 변하게 되었고 적응력이 생기게 되면서 기능적인 면을 초원하게 되었다. 모든 시각 예술 분야, 즉, 회화, 판화, 디자인, 건축에서, 또한 무대예술 분야에 까지도 이용 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가히 충격적인 매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柳寬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