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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호(柳寬浩)

YooGwan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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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호 비평(Critic)

표현의 명쾌함과 정직성

  휘즈 1589 2014.01.07 03:36
표현의 명쾌함과 정직성

유관호가 전공한 분야는 그래픽 디자인으로 그 관련 기관에서 종사했고 개인전도 몇 차례 가진바 있으며 지금은 대학에서 그것을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그래픽 디자이너 혹은 디자인 선생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자신은 그것을 직업으로 생각할 뿐 결코 그 일에 만족하지 않는다. 디자인은 보다 실용적이고 외적 조건의 제약을 받아야 하는데 반해 회화는 정신과 사고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일찍부터 그는 이 양자를 병행해왔고 회화에 적지 않은 시간과 정열을 쏟아 왔다.

그는 디자인과 회화를 엄격히 구별하고 디자인에 대한 회화의 구위를 주자하는 통념에 크게 반발한다. 같은 시각 예술인 만큼 ‘조형’이나 ‘표현’이란 측면에서 차이나 우열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과 믿음은 정당하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실용적인가 아닌가에 잊지 않고 작가의 정신이 무엇이며 그 정신과 사고를 어떠한 언어와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는가, 표현된 내용의 예술적 의미는 어떠한 것인가에 있다. 디자인과 회화를 구별하고 디자인에 대한 회화의 우위를 말하는 것은 이미 낡은 생각이다. 더구나 디자이너는 디자인만 해야 한다거나 화가는 디자인을 할 수 있지만 디자이너는 회화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은 시인이 소설을 써서는 안된다는 사고방식만큼이나 잘못된 편견이다. 그럼에도 우리 미술계에서 그같은 편견이 통용되고 있는 이유는 아직도 19세기적인 예술개념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이고 더 현실적으로는 서로의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겠다는 이기주의 때문이다. 그리고 이 이기주의가 우리 미술의 활기찬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의 하나가 되고 있다. 현대미술에서 이른바 ‘디자이너’가 휼륭한 화가이며 회화의 지평을 넓힌 예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그러하질 못하다. 유관호는 바로 여기에 도전하는 미술가이며 우선 그 점에서도 우리의 관심을 끈다.

유관호는 회화를 가지고 개인전을 갖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그는 그 외 직업적인 일과 틈틈이 소묘를 하고 시각언어와 표현형식을 연구하며 그림을 그려 왔다. 그는 소묘가로서도 결코 남에게 뒤지지 않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처음 그는 구상적인 회화를 그렸으나 얼마전부터 추상화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근래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체의 움직임을 주제로 한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이번 작품들도 그러한 작업의 일환이다. 이 일련의 작품들은 “우주적 활력을 역동적 감각으로 나타내야 한다”고 선언한 저 미래파 화가들의 작품을 연상시킨다. 물체들이 맹렬하게 질주하고 소리치고 충돌하며 장대한 우주적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 거기에는 금속과 같이 강하고 빛남, 스피드, 다이내미즘, 열광이 충만해 있다. 그것은 우리시대 곧 20세기 문명의 시작과 감수성이며 그의 비젼은 차라리 미래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의 판화가 날카롭고 직절적이고 시원한 느낌을 주면서도 한편 디테일을 섬세하고 정밀한데 비해 회화는 디테일에 얽매이지 않고 활달하고 다이내믹하다. 그러나 그의 회화에서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사고의 솔직함과 표현의 정직성이다. 거의 자기 속과 솜씨를 다 드러내 뵈는 솔직함과 정직성은 다른 화가들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작가의 미덕이다.
미술에 대한 정당한 신념, 결코 호사가로서가 아닌 회화에의 집념, 그리고 정직성을 잃지 않고 있는 한 우리는 이 작가를 믿고 앞날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金 潤 洙 (미술평론가)